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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이야기

제천 초등학생 대필의혹 사건에 숨은 못된 편견들

대필 아닌 것으로 밝혀져, 취재원 인권 보호 중요
2009년 09월 17일 (목) 10:51:54 충북민언련 cbmedia@hanmail.net

제천 모 초등학교 교장이 성적이 나쁜 학생에게 전학을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14일 청주 MBC 뉴스데스크 보도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와 관련해 전교조충북지부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해당 교장에 대한 문책과 교육감의 사과를 촉구했다. 전교조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해당 학교의 초등학생이 당시 상황에 대해 쓴 글을 기자들에게 제시했다고 한다.

뉴시스 연종영 기자는 기자회견 후에 뉴시스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어제 오전 <너무 잘 써 대필의혹 부른 초등학생의 글>이라는 기사를 송고했고, 이 기사는 각종 포털에 올라가면서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댓글도 235개가 달렸다. 댓글 가운데에는 전교조를 비방하는 글들도 많았다. 전교조가 대필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뉴시스 기사를 받아서 충청매일과 충청투데이가 오늘 대필의혹 사건을 보도했다.

   
  ▲ 9월16일 뉴시스 인터넷판 기사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학생에게 전학을 권하고, 학생에게 학생의 부모에 대해 인격모독적인 말을 한 교장의 행태에 대한 비난에서 시작된 사건이 대필의혹으로 불거져버리게 되었다. 대필 의혹 논란이 뜨거워지자, 전교조 충북지부에서도 해당 기자에게 아이와 학부모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며, 학부모에게 확인을 직접 해 줄 것을 요구했다.

대필의혹 기사를 쓴 연종영 기자는 본회와의 통회에서 “ 기자회견장에서 전교조측이 제시한 자료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의혹을 더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연기자는 “ 당시 기자회견장에서 전교조가 제시한 초등학생이 쓴 글을 본 기자들이나 교육청 관계자들이 과연 이정도 수준의 글을 초등학생이 썼냐는 의혹을 갖게 됐다”고 해명했다. 기초학력 평가에서 낮은 수준인 학생이 쓴 글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빼어난 글솜씨였기 때문에 기자들과 교육청 관계자들의 의심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해당 학부모와의 확인을 통해서 대필이 아니었음을 확인하면서 일단락되었다. 더 이상 문제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 후속보도도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 학부모의 입장이라고 전해졌다.

이 사건에는 엄청난 편견이 깃들어 있다. 공부를 못하면 글도 잘 못 쓸 것이라는 것과 사건 당사자를 밝힐 수 없다하니 의심부터 하고 만 기자들의 편견, 기사감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당사자의 인권은 신경 쓰지 못했다는 점 등이 그렇다.

남성수 전교조 지부장의 말처럼 기사 하나에 상처받았을 아이와 학부모의 마음을 생각할 때 사실 확인만큼 중요한 것은 없어 보인다. 사실 확인에 앞서 인권을 생각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자들이 놓치기 쉬운 문제를 이번 사건은 말해주고 있다.

   
  ▲ <대필의혹...> 기사에 달린 네티즌 의견  
 

   
  ▲ 뉴시스 기사를 인용해 확인없이 재탕된 충청매일 9월17일 2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