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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이야기

할머니가 쓴 맛깔 난 기사 보실래요?

<보은사람들> 할머니 시민기자 활약상 눈길
2010년 01월 18일 (월) 13:34:19 충북민언련 cbmedia@hanmail.net

지난 해 6월 창간한 <보은사람들>은 다른 신문들과 좀 다른 특색 있는 지면을 갖고 있다.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어린이 기자와 할머니 기자들이 지면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할머니 기자들은 보은지역에 흙사랑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막 배워서 기사를 쓰고 있다. 이 기사들은 아주 특별하다.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의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보은 사람들>은 할머니들이 쓴 글 그대로 신문지면에 싣고 있다. 맞춤법도 틀리고, 글쓰기도 서툴지만 처음 글을 배워 쓴 할머니들의 글이 독자들을 울고, 웃게 만들고 있다.

한편, <보은사람들>은 지역주민들을 위한, 지역주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신문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지난 12월31일과 1월7일치 < 보은사람들>에 실린 할머니들의 기사를 소개한다.

새해, 여자는 돌아다니지도 못해요
여자의 소중함도 모르고, 너무 값어치 없게 봐요

아침 먹자마자 마실 갈나고 했더니 못 가게했다.
앞집 아줌마가 진주가서 일하다 양력 설이라고 와서 가보려고 했는데 *초성부터 여자가 돌아다닌다고 못 가게했다.
여자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면서 여자의 소중함도 모르고 여자를 너무 값어치 없게 본다.
억울하다.
그 까짓것 남자가 뭐라고.
남자는 돌대가리.

/김옥환(71, 보은읍 수정리)
*초성: 초승을 의미. 음력으로 그달 초하루부터 처음 며칠 동안.

   
  ▲ <보은사람들> 인터넷 판  
 

한글을 배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1999년 11월29일 밤에 꿈을 꾸었다.
꿈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옛날 편지지 반 접은 것을 탁! 펼쳐서 한 손에 들고 한마디로 고함을 쳐 바라보니, 키가 큰 아주머니가 흰종이 한 장을 주면서 읽어보라고 주길래 깜깍 놀래서 바라보니 꿈인데도 글씨가 보이더라.

무순 글자인지 읽어보려고 하는데 남편이 돌아 눕는 바람에 꿈을 깼다.나는 너무 회가 났다. 그래서 무순 글자인지 못 읽었다. 그리고 나서 불을 켜고 시계를 얼른 바라보니 새벽 두시였다. 그때부터 너무 놀랬다. 그리고 못 읽어 봐서 너무 속상해서 울다 보니까 아침이었다.

그런데 그 꿈을 해석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한 해가 왔다. 그리다 보니 시간이 흘렀지만 꿈 해석을 못했다.

일을 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꿈 생각만 자꾸 났다. 그러던 어느날 보은에를 가다가 시내버스에서 갈평에 잇는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다. 그 아주머니가 여상(현 정보고)앞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 다음에 또 아주머니를 시내버스에서 만났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가 또 여상앞에서 내렸다. 나는 왠지 그 아주머니가 궁금했다. 세 번째 그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래서 여쭈어 보았다. 그 아주머니 대답이 "나 한글 터득하러 가요"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이해를 못했다. 그래서 아주머니를 따라 내렸다. 그랬더니 군청 앞 옛날 영림서 자리로 가길래 따라 보았더니 그날은 공부하는 날이 아니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한 분 있었다.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저는 털보 선생님이라고 부르지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집으로 왔다. 집에 온 후에 3개월을 생각했다.


남 배울때 못 배워서 답답한 나머지 대전으로 배우러 갈까 생각중이었는데 보은에도 한글학교가 있었다. 그래서 남편 몰래 5개월을 다녔다.

한참 바쁜 농반기였다. 나는 오개월 동안 다닐때 새벽에 이러나 들에 나가 일을 하다가 차 시간 맞추어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런데 차가가고 없었다. 그래서 이십분 동아나 걸어 갔더니 관기 정류장에도 차가 가고 없었다.

그래서 할수없이 택시를 타고 공부하러 갔다.
이렇게 해서 이름도 쓰고, 주소도 쓰고, 우편물이 오면 알아 볼 수 있게 되었다.

/ 황예순(66, 마로면 송현리)



하얀 눈이 내렸어요
열 살 소년 같은 그때가 그립구나


날시가 무척 추웠다.
저녁밥은 만둣국을 끓러 먹고, 나가보니 박께는 어느새 하약해 눈이 내리고 있섰다.
날씨는 쌀쌀한데도 내 마음은, 열쌀 소년같은 내 마음은 하얀눈을 뽀드득 뽀드득 발부며 걸어다니고 싶었다.
아~ 긋때가 그립구나.
그 시절은 다시오지 안객지.

/ 김순자(59, 장안면 황곡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