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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무한한 자부심으로 '오늘'을 살아라"

[강연나눔] 도법스님에게 '인생'을 듣다
2010년 03월 17일 (수) 13:21:42 이수희 cbmedia@hanmail.net

도법스님하면 자연스레 생명평화탁발 순례를 떠올린다. 걷고 또 걷는다. 존재의 이유를 생각하고, 소중한 나만큼 자연도, 다른 사람들도 소중하다는 것을 절로 깨닫게 되는가 보다. 그런데 언론보도를 통해 접했던 도법스님의 생명평화 순례가 고역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아무도 꿈쩍하지 않는 데에 왜 고통을 자처하나 싶어서였다. 역시 난 어리석은 인간이었다.

어제 도법스님이 오랜만에 청주에서 강연을 했다. 한살림 20주년 월례강좌에 나선 것이다. 늘 매체를 통해서만 보던 스님을 직접 뵙고도 싶었고, 무슨 이야기를 하나 궁금해서 강연장을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강연장을 매웠다.

“나는 바람잡이” “ 사람 사는 모습 다 거기서 거기”

도법스님은 자신은 바람잡이였다는 말로 말문을 텄다. 왜 그동안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다녔는지를 말했다. 사실상 돌아다녀보니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사는 데에 만족하지 않았으며, 사람들 사는 모습이 거의 대동소이했다는 것이다. 그 어떤 사람도 별난 사람은 없다고 스님은 말했다. 도법 스님은 사람들이 답답해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희망은 그저 우리가 꿈꾸는 망상에 불과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실이 없고 생각만이 있는 것으로 정말 우리 머릿속에 있는 희망은 없다고 말했다.

   
  ▲ 도법스님. 3월16일저녁 천주교연수원에서 도법스님 강연이 있었다.  
 

“희망은 아지랑이 같은 것”

도법스님은 희망은 아지랑이 같은 것이라며 쫓아가면 또 멀리 가 있지 않느냐며 우리의 현대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불교에서는 희망을 “ 인생을 알고 살자는 것” 이라고 이야기한다며 우리의 인생의 화두가 뭐냐고 물었다.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인생의 화두 아니겠냐며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의 의미를 설명했다.

“누구나 다 대단한 존재”

우리는 누구나가 다 대단한 존재이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것이 ‘유아독존’ 하는 것이라고 스님은 말했다. 우리의 존재자체가 유아독존 이라는 의미에는 천하에서 제일 귀한 존재이며, 매우 주체적인 존재이며, 창조적인 존재이며, 매우 고마운 존재, 그리고 완성된 존재가 바로 나, 당신이란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직시하자면, “ 지금 여기 내생명이 제일 중요한 가치”라며 이 한목숨을 온전히 살기 위해 돈도, 민주주의도 필요한 것이라고 스님은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놓치고 살고 있다. 생명가치에 무지하고, 함부로 내몰고, 아이들까지도 돈타령 하는 사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무한한 자부심 갖고 살아라”

도법스님은 “ 있는 사실을 사실대로 보라, 그리고 사실에 근거해 행동하고 말하라”고 말했다.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니 동의할 수 없고, 저마다의 생각이 다르니 패거리 싸움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사실을 사실대로만 받아들여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법이며, 그대 없는 나는 있을 수 없으니 서로가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자신 또한 대단한 존재라는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자부심 없이 바보같이 살고 있다며, 유아독존의 실체를 바로 알면 불안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바로 오늘을 살아라”

스스로 삶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다면 그것이 성공한 삶이며, 내삶을 잘 정리하는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으면 상처받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삶의 현장에서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의미를 실천하며, 온몸을 써서 행동하는 것이 바로 조화로운 삶, 자비로운 삶이 될 것이다. 도법스님은 오늘을 제대로 살지 못하면서 내일을 말하는 것은 아무 소용없다며 오늘을 제대로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쓸데없는 불안과 망상으로 몸과 마음을 어지럽히며 살고 있는 당신, 이제 내 생명의 고마움을 깨닫고 온몸을 써서 자연과 함께, 더불어 모든 이들과 함께 존중과 배려로 행복한 오늘을 살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