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중부매일 3면 <“장가 가서 엄마랑 색시랑 달리고 싶어유”>에서 오랜만에 맨발의 기봉이 엄기봉씨 관련 소식이 눈길을 끌었다. “요 며칠 내린 눈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아 기봉씨를 찾았다”는 기사 앞부분이 더욱 눈길이 가게 했다. 기사 내용은 기봉씨의 현재 근황과 함께 지극한 효심을 담았으며 기자의 의견이 제법 들어가 있는 사람냄새 풀풀나는 그런 좋은 기사였다.
▲ 중부매일 1월11일자 3면에 실린 엄기봉씨 관련기사 | ||
<중부매일>과 똑같은 기사가 <아시아경제>에도?
그런데 기봉씨 관련 기사는 중부매일 기자가 취재한 것이 아니었나 보다. 다음 메인 화면에 기봉씨 사진이 떠 있길래 클릭했다. 기사 내용은 중부매일 기사와 거의 비슷했다. 그런데 기자이름이 달랐다. 아시아경제 기자의 기사였다. 중부매일 기사와 다르게 아시아경제 기자는 기사 말미에 “ 문밖까지 따라 나와서 길 미끄럽다고 조심해서 천천히 가라며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손님을 배웅하는 40대 후반의 아저씨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라는 기자 의견이 제시되어 있다. 문장 전개는 거의 비슷했다.
아시아경제의 기자 기사는 1월11일 0시로 등록된 시간이 나와 있고, 중부매일 기자는 1월10일 20시경으로 중부매일 홈페이지에 기사 입력 시간이 떠있었다. 이런 식의 기사를 베꼈을까 하는 의문 때문에 중부매일 기자에게 전화로 확인했다. 중부매일 기자는 서산시청 보도자료를 인용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인데 다른 신문에서는 관련 기사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주요 포털도 검색해보았으나 아시아경제 기자가 쓴 것만 검색이 되었다. 네티즌들은 기봉씨 웃음에 흐뭇해진다며 감동적인 댓글까지 달고 있는 실정이다.
▲ 포털 <다음>에 실린 엄기봉씨 관련기사 | ||
서산시청 보도자료로 밝혀져
기자들의 보도자료 베끼기는 어제 오늘 이야기도 아니고 그것을 무조건 비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경우는 참 심각해보인다. 마치 자신이 걱정되어서 기봉씨를 찾았고, 기봉씨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과감 없이 드러내었는데 그것이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니라 시청에서 작성한 보도자료라니 말이다. 기자로서의 양심을 속이는 꼴이다. 기봉씨 관련 보도자료를 작성한 서산시청 보도자료 담당자는 본회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이 쓴 보도자료이며, 사진도 직접 찍은 것이라고 밝혔다. 시정과 관련된 일이 아닌데 왜 이런 보도자료를 냈느냐고 묻자, 기봉씨와 고향이 같고 기봉씨의 여동생과 동창 사이라서 관심을 기울였다며, 시정 외에도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기사를 일주일에 1,2회 정도는 쓰고 있다고 밝혔다.
베끼기도 이정도면 범죄 아닌가
너무나 열심히 뛰고 있는 시청 공보 담당자를 탓해야 하는 걸까. 아무렇지도 않게 보도자료 베끼기에 바쁜 기자들을 탓해야 하는 걸까. 베끼더라도 내용은 봐 가면서 해야 할 것 아닌가. 이 경우는 개념도, 상식도 실종된 베끼기이다.
▲ <다음>에 실린 기봉씨 관련 기사 끝 부분 | ||